식어가는 감자튀김. 기름내를 풍기는 7600원. 손도 대지 않은 빅맥세트를 멀거니 내려다본다. 식욕 대신 희미한 구역감이 입 안에 맴돈다. 그래, 입 안. 아까까지 좆을 빨았던 그 구강. 우둘두둘하니 주름진 천장의 골 사이사이에 정자가 끼어있는 광경을 떠올린다. 꼬리를 바둥거리는 모양새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잘 안다, 사정까지 이르게 하지는 못했으니까.

옆자리에서는 친구가 종알댄다. 어땠느냐고, 어디까지 했느냐고, 그래서 얼마를 받았느냐고… 수잔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친구의 낯을 살핀다. 저보다 흥분한 표정, 눈이 크게 뜨여있고, 눈썹이 치켜올라간… 즐거운 걸까, 걱정하는 걸까, 아마 둘 다이겠지. 비극을 이리 가까이에서 직관하기란 참으로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킬 테다. 안타깝고, 동시에 기대되겠지. 실망스럽겠지만, 수잔은 원하는 포즈를 내보여줄 생각이 없었다. 피해자의 포즈, 희생양의 포즈… 그런 건 수잔의 전문이 아니었다.

돈이 없었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비극이 거기서부터 비롯된다. 돈이 없어서 노동을 한다. 물건을 훔친다. 사람을 속이고, 사람을 죽인다. 저질러지는 그 모든 일들에 비하면, 몸을 파는 일 따위는 언급할 가치도 없으리라고, 수잔은 생각했다.

만 17세, 여체, 나름 보기 좋은 모양새의 몸과 얼굴.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노력도 그리고 꼽자면 정신력도 부족하다. 시간이 있다면 문제집을 한 문제라도 더 풀어야만 한다, 대학은 가야 하니까. 수잔은 그래서, 조건만남을 선택했다. 누군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능숙하게 트위터 가계정을 만들어 해시태그를 이것저것 달고 은근히 몸을 어필하는 사진을 올렸다. 아, 그래 사진. 사진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평소 입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다. 학교 교복같은 것은 말도 안 된다. 연인 간의 이벤트를 위한 싸구려 재질의 코스튬을 쿠팡에서 시켰다. 돈을 벌기도 전에 지출이 생겼지만, 이건 미래의 수입을 위한 투자라고 애써 자기위로했다. 신상이 특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목 위로는 NG. 몇 개 달려있지도 않은 단추를 반만 잠그고, 익숙치 않은 포즈를 취한다. 타이머를 맞춘 스마트폰이 소리를 낸다. 삼, 이, 일, 찰칵.

그 뒤로는 무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약속 일정을 잡는다. 물 흐르듯 매끄러운 진행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람인지라, 남아있는 일말의 불안감에 수잔은 친구에게 연락했다. 친구, 중학교 때부터 연이 이어져온 친구. 금전 사정, 집안 사정, 그리고 정신의 사정까지도 다 알지는 못해도 알 만큼은 아는 친구. 조건만남을 하려고 해. 한 마디면 충분하다.

이해해주는 친구를 갖기란 참으로 복된 일일 테다. 이해란, 겹치는 공통점이 많을수록 쉬워진다. 그러니까, 퀴어, 여성, 정신병자, 청소년, 쁘띠 부르주아지, 통제적인 부모, 국제중이니 자사고니 하는 엘리트 교육. 그래, 자사고니 기숙학교니 하고 보낼 만큼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 내몰려서 몸을 파는 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 그리고 수잔은 조금 지쳤다. 얼마나 불행한지 따위를 구구절절히 설득하는 건 지겨웠다. 대치동 단과 강의를 네다섯개씩 끊어줄 여유는 되면서, 커피 몇 잔 사먹는 것은 하나하나 따져묻는 양육자 따위, 지금 설명하는 나 자신도 이해되지 않는데 대체 누구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더 절박해져보자면, 수치심 따위 제쳐놓고 비굴해져보자면 어떤 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숙학교는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기슭에 있다. 겨우 끊은 외출증에, 두 시간 걸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정신과 앞에서 보호자 동의를 위해 한 통화,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의 거절. 분명 병원 가게 해준다고 했잖아. 내가 너무 힘들면, 공부하는 데에 방해가 되니까,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했잖아. 그런 말들은 속에 갇힌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커피가 아니다. 그래, 커피도, 정신과 약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본 예쁜 옷, 좋아하는 장르의 새 굿즈, 가끔 즐기는 게임의 캐시 아이템. 새싹 모양 몬스터 탈 것이었는데, 이파리 위에 캐릭터가 고이 누운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먹고 입고 씻고 자는 것 뿐만 아니라 그런 쓸모없는 잡동사니들이 필요한 노릇이라고 잘 알고 있었다. 마감이 어설픈 플라스틱 쪼가리들 반짝이는, 자질구레한 픽셀 조각들… 그것들이 있어야만 되겠다.

그리고 이제 자신에게는 15만원이 남았다. 기다려준 친구에게 빅맥 세트를 사주었으니 이제는 14만원 정도일까. 살덩이 몇 번 입에 물고 빤 것만으로 15만원이라니. 혹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15만원밖에 안되는 걸까? 운이 좋았다는 사실만큼은 아주 잘 안다. 남자는 친절했고, 친절한 것을 넘어서서 소극적이었다. 그건 아마 희미하게 엿보이는 죄책감때문이었겠지. 자신의 나이를 물어보고 흘렀던 잠깐의 침묵을 수잔은 떠올렸다. “본방”까지는 가지도 않았고, 경험 없는 어설픈 손놀림 그리고 입놀림 십여분이면 충분했다. 남자는 중단을 요청하고, 돈을 쥐여주고 룸카페를 황급히 떠났다. 다시 말하지만, 운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운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확실히 아는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봐온 수많은 사례들을 떠올린다. 동의하지 않은 플레이를 당할 수도 있다. 오줌을 먹을 수도 있다. 비위생적인 것 뿐만 아니라 폭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 뺨을 맞을 언젠가, 구타당할 언젠가를 상상하며 인터넷 쇼핑몰을 연다. 번들번들한 광택을 자랑하는 스카이블루색 점퍼. 갖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은, 가질 것이다. 그거야말로 중요하다고, 수잔은 생각하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