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전, 노먼: 너무 좋았습니다.

1분 전, 노먼: (사진)

멍이 빠지며 피부가 노랗게 물든 사진을 들여다보다 말고 메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근데도 좋단다, 이 인간은. 골 때린다고 생각하며 메리는 러닝머신을 재가동시켰다. 발 디딘 지점이 느리게 뒤로 밀려나며 천천히 속도를 올린다. 그렇다, 지금 메리는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나와 있다.

운동을 하긴 해야 했다. 노먼이 운동하라고 시켜서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다. 메리는 애써 속으로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했다. 그리고 노먼을 쥐어팰 때 숨이 좀 차기도 했고, 그걸 노먼이 처맞으면서도 평가하고 있었다니 약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발을 내딛을 때 올바른 자세로 팔을 흔들고, 견갑골에 힘을 줘 정련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노라니 시리가 새로운 메시지를 읽어준다.

1분 전, 노먼: 다음에는 좀 더 길게, 더 강하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1분 전, 노먼: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야구 배트는 어때요?

야구 배트는 지랄. 메리는 짜증이 나 힘을 줘 내디딘다. 쿵, 하고 소리가 울린다. 이런, 이러면 다른 운동하는 사람들한테 민폐인데. 다시 페이스를 조절하며 메리는 생각한다. 경험이 없는 섭 입장에서야 가늠이 안 될 테다. 아니, 그래도 뼈 부러질 것 정도는 상상이 되어서 겁 먹지 않나? 이 새끼 보통이 아닌 걸 초장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지난날을 탓해 무엇하리, 메리는 겁대가리를 상실한 노먼 대신 친히 가늠해본다. 어느 쪽이 원해서건 더 강하고, 자극적이고, 위험한 플레이로 나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기는 하다. 그러나 메리는 기억한다. 제가 얼굴도 알고 얘기도 몇 번 나눠본 펨돔이 제 파트너와 블러드플레이, 그러니까, 피부를 째건 찌르건 해서 피를 질질 흘려대는 플레이를 하다가 119를 불렀던 사건을. 그 파트너 섭이 의식을 잃었다고 했던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는 그 속에 상처난 몸을 담가 피가 멎는 걸 막았다고 한다. 완전 또라이 새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자신이 또라이 새끼가 될 지경이다. 메리는 다시금 러닝머신을 멈추고는 휴대폰을 집어들어 답장했다.

1분 전, 메리: 안 돼요. 너무 위험하고, 119 부르고 난리날 수도 있어요.

읽긴 읽었는데 잠시간 답장이 없다. 아, 담배 마렵다. 초조함에 왜 안되는지를 더 설명하려던 찰나, 답신이 온다.

1분 전, 노먼: 알겠습니다. 그런 부분으로는 확실히 생각을 못 해봤네요.

생각보다 순순히 물러난다. 그래도 찝찝한 뒷맛에 메리는 무심결에 인상쓰며 휴대폰을 내려놨다. 뭐, 앞으로 무얼 할 지는 찬찬히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어 나가면 되는 부분일 테지. 지금은 그런 것은 제쳐놓고 운동을 할 시간이다. 체력을, 근력을 길러야 사람도 패고 할 수 있다.

10분 전, 노먼: 애플워치를 샀습니다.

8분 전, 노먼: (사진)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 확인해보니 도착한 메시지다. 애플워치를 사서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걸까? 그런 마음에 캐물어보니 하는 말이 가관이다.

1분 전, 노먼: 정말 건강이 위험한 순간이 오면 애플워치에서 알림이 올 테니까요. 경보 장치라고나 할까요.

위험한 플레이가 진짜, 존나 하고싶나 보다… 메리는 기분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런 인간은 아무리 말려도 죽어도 안 듣는다. 제가 그 장단에 맞추어 어울려주지 않으면 떠나서 더 위험한 사람을 찾아 패달라고 빌 부류의 족속이다. 그러니까, 계약서도 세이프워드도, 플레이가 끝나고 난 뒤의 케어도 머릿속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굳이 찾아볼 필요 없이 널려 있다. 메리는 잠깐 내밀한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뭐, 한 쪽은 죽어라고 때리기만 하고 한 쪽은 죽어라고 맞기만 한 시간도, 내밀하다면 내밀하니까.

1분 전, 메리: 그러면, 이게 합의된 거라는 각서도 쓰시죠. 그리고 이건 거의 노동이잖아요? 사람 때리는 것도 일이란 말이에요. 최저시급이라도 쳐 주셔야 할 거 같은데?

1분 전, 메리: 님 때문에 운동도 시작했다고요.

반쯤은 거부감을 느끼고 철회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말을 던졌다. 웬만해서는 돈을 내고 맞는 데에 동의하지는 않지 않을까?

1분 전, 노먼: 죄송합니다. 제가 그 생각을 못 했네요. 들여주시는 수고에 당연히 값을 내야 했던 건데 말이죠.

1분 전, 노먼: [노먼 님이 200,000원을 보냈어요!]

씨이이이발. 메리는 입을 놀린 자신을 저주한다. 지하철인 것도 잊고 머리를 쥐어뜯다 말고 실성할 지경이 된다. 내가, 살면서 핀돔을 하게 되다니. 그렇게 생각하니 한탄을 넘어서서 짜증마저도 올라온다. 아니, 섭 주제에, 하늘같은 돔을 이렇게 곤란하게 만든단 말인가? 위험하다는데 말도 듣지 않고, 뭔 애플 워치, 지랄은. 온갖 욕을 중얼거리다 말고 메리는 결심한다. 그래, 본때를 보여주자. 진짜 위험하고 자극적인 게 뭔지를 모르는 거 같은데, 내가 한 번 보여줘버려야겠다. 이 새끼가 울고 짜고 그만해달라고 빌어대는 꼴을 보아야만 쓰겠다.

1분 전, 메리: 좋아요. 날짜 잡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