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렇지 않은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나는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의 애정과 호의 더미에 파묻혀 있다. 우쭐해지면서 따분해진다. 좋네요, 하지만 다른 건 없어요? 더 자극적이고, 짜릿하고, 색다른 건 없어요?
가끔은 서글퍼진다. 내게는 아무 것도 없다! 진짜 사랑도 없고 진짜 친구도 없고 가족도 지겹고 가짜같고 해야만 하는 일들은 매일 똑같아서 날 지루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나는 빈곤하다!
그리고 그리고 가끔은, 내게는 네가 있다. 오, 빛나는 당신 반짝이는 당신, 내게 유일한 전부! 당신의 뺨을 쓸어보고, 허리를 간지럽히고, 히히 하고 웃는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겠어. 정말 뭐라도, 뭐라도 하겠어!
그러나 당신은 나를 실망시킨다. 아아... 기대했는데. 믿고 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야? 왜 내가 당신을 계속 계속 좋아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았어? 왜 우리의 영원을 깨트렸어? 아아, 못된 사람. 아아, 얄미운 사람...
다시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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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짝이는 걸까? 그러니까, 당신은 반짝이고 있나요? 가끔, 아주 가끔 그러니까 아무도 안 보고 있을 때 혼자 몰래 방에 숨어서 화장실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스스로를 뜯어보지는 않아요? 흠, 나는 유머러스하니까 조금은 반질거려. 아니야, 나는 너무 오만해, 그게 좀 흠이려나? 귀여운 포즈를 취해 보고, 웃어 보고 화난 표정을 지어 보고, 괜히 까칠한 눈빛. 아니면 가끔은 방글거리는 웃음을 띠어보고, 이러고. 당신도? 당신도?
저도 그러곤 해요! 그러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나는 “내가 반짝이는지 않는지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아!” 라고 외쳐왔으면서도! 저는 그게 너무 신경쓰여요. 내가 반짝이나요? 내가 당신에게 매력적인가요? 나에게 끌려요? 내게 말을 걸고 웃어주지 않고는 못 배기겠나요? 그렇다고 말해줘요. 그렇다고 말해줄거죠? 내가 이렇게 부탁하는데도?
아니, 사실 거짓말이었어요! 아무래도 좋아요! 그냥 겸손한 척 해본 거에요. 정말 나는 내가 반짝이지 않아도 좋아요. 왜냐하면,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나는 반짝이잖아요! 나는 가만히 있어도 매력적이잖아요, 나는 다 알아요. 내 말이 맞죠? 당신도 동의하죠?
동의하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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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나 뿐만 아니라 당신도 반짝였으면 좋겠어! 그렇지? 당신도 내가 반짝이기를 희망하고, 내가 혹시나 그렇지 않을까봐, 보잘 것 없을까봐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이 올까봐 두려워하고 있지요? 제가 당신이 반짝이기를 바라듯이. 왜냐하면 지루하잖아요! 지겹죠? 좆같죠? 그러니까, 어디 흥미로운 사건 일어났으면 흥미로운 사람 나타났으면 하죠? 내 일상에 파란이 일어나서 나를 새로운 세계로 미지로 데려가주었으면 하죠, 내가 당신에게 되어주었으면 하죠!
그래, 나도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 아아, 그래, 빈곤이든 풍요이든 모두 질려, 너무나 질려. 세상도 지겹고 너도 지겹고 나 자신마저도 지겹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버려야 해. 떠나야 해. 세상을 떠나고 너를 떠나고 나를 버려야 해! 다른 내가 되러 가자, 다른 나를 만나러 가자! 떠나자!
그래서 자꾸만 움직인다! 이 애인에서 저 애인으로, 이 직장에서 저 직장으로, 이 탐라에서 저 탐라로 이 여행지에서 저 여행지로. 나는 귀여웠다가, 예뻤다가, 에잇, 존나 잘생겼다가! 머리를 잘랐다가 길렀다가 탈색했다가 덮었다가, 치마를 입었다가 바지를 입었다가, 니삭스, 크롭탑, 배기 팬츠, 발레코어, 무엇이든, 아무 거나! 이것과 저것 사이를 계속 오가는 거야 나를 떠나려고! 나로부터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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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하지만 내가 너무 끈질기죠... 어디까지 따라오는 거야? 언제까지 따라오는 거야? 나를 버리기 위해, 조금 과장해서, 세상 끝과 끝을 모두 가봤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나와 함께한다! 조금 끔찍하지만, 나는 나를 안고 살아야 하나봐. 계속 계속 이 나여야 하고 저 나여야 하나봐. 아니, 이 나도 되지 못하고 저 나도 되지 못하나봐!
이런, 제기랄.
어쩜 이런 비극이. 아니, 조금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 같아!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 같아!
그래서 다시 네게로 간다. 끈질긴 나를 이고 지고 너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거의 빌다시피 한다. 나를 나 아니게 만들어 줘. 아니 다른 나를 감각하게 해 줘. 너에 대한 나를 만들어 줘. 너에 대한 내가 되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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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 아아아아주 가아끔은 당신이 떠나간다. 내가 지루해서, 내가 실망시켜서, 아니 몇 번은 말도 안 하고! 이유도 안 알려주고! 차라리 시비를 걸어. 차라리 나한테 화를 내!
하지만 그럴 거였으면 떠나지를 않았겠지. 그러면 나는 슬펐다가, 미쳤다가, 화났다가.
그리고 끝내는 흥, 쳇, 네 눈이 삔 거겠지. 아니, 아무래도 좋아, 처음부터 신경쓰지 않았어! 너 따위 아무래도 좋았어, 나도 너한테 질려가고 있었어! 이러고. 이러고. 아무래도 좋았던 척. 내가 먼저 너를 버리려고 했는데 선수를 놓친 척.
아아 사실은 집인 줄 알았어... 나는 겁이 많으니까요, 나도 대가리라는 게 있으니까 경계를 할 줄 아니까 배울 줄 아니까 쉬이 믿지는 않았지만요! 당신이 집인 줄 알았어요! 가족인 줄 알고 친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한테 그래요? 미쳤어요? 저를 증오해요? 어떻게 어떻게 저한테 이런 상처를 줄 수가 있어요? 당신 돌았죠?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야. 다시 한 번, 아무래도 좋다! 상관없다,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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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한테는 버려야 할 내가 늘어난다. 당신을 사랑했던 나, 당신이 집인 줄 알았던 나 병신같이 믿어버렸던 나. 너무 짜증나고 너무 쪽팔려서 어디 아무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다! 버리자, 버리러 가자, 어디로? 대체 어떻게? 에잇 씨발 아무도 모르게나 하자. 그런 애가 있었어? 기억도 안 나! 그랬어? 내가? 정말로? 미쳤었나봐! 지금은 상상도 못 하겠어!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손을 더럽혀 가며 입을 더럽혀 가며 나를 내버린다. 지워버린다.
버렸어. 잊었다! 그러면 나는 완벽해진다. 아아, 어쩜 이리 매끈하고 섹시한 조형물인지 나는. 조금은 허술하고, 조금은 냉철하고, 너를 나도 모르는 새에 유혹해버리지, 참 못 말려. 내게 흠이란 결함이란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새로이 태어난 것만 같다. 기분이 굉장히 좋아진다. NEW ME NEW LIFE. 새로운 나, 새로운 삶, 새로운 세상 그리고 새로운 너. 다시 시작하면 다를 거야 아니 다시가 아니야. 지금이 처음이야. 지금이 처음이고, 최초이고, 유일하다고, 이전에는 모두 가짜였고 아무 것도 진정하지 않았다고, 나는 본심도 진심도 아니었다고 놀이였다고! 그러니까, 이제부터인거야. 이제부터가 시작인 거야!
그리고 다시 되감아진다.
아아 하지만… 하지만 이내 너무 지겨워진다. 이 모든 지랄이 지겹다... 내가 지겹고 너무 많은 너들이 지겹고 씨발 존나 쳐 변하지도 않는 이 세상이 지겹다! 어째서 나는 죽지 않는 걸까? 어째서 세상 따위 멸망해버리지 않는 걸까 왜 너는 이리도 투박하고, 보잘 것 없는지 아아 왜 이 모든 게 한 번에 뒤집혀버리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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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하지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은 사실은, 즐겼어. 그리고 사실 조금 무서워. 당신도 무섭지 사실 이게 끝날까봐 공포스럽지. 이 뒤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으니까! 청춘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끝나는지도 모르겠으니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나? 푸슈슉 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면서? 비참하게? 찬란하게? 그러니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지. 그리고 이 모든 게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몰입했지? 즐겼지?! 당신도! 무엇을?
이 글을!
당신의 청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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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되감자. 자아, 다시 시작하는 거야.
존나 뜬금없지만, 외로워 죽겠네. 세상이 내게 조금 무관심한 것 같아. 내 진가를 알아봐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게을러서일까? 이런 젠장할, 누구 내 본모습을 마법같이 알아봐주는 사람 어디 없나? 거기 지나가는 당신, 조금 예리해 보이시네요. 날카로워 보이시네요. 사실은 유일하고 특별한 나를 알아채줄 능력이 되나요? 내가 보여요? 읽어낼 수 있어요? 나한테 도전할 거에요?
아니다, 내게 그런 사람 따위 필요 없다, 나에게는 내가 있다! 나는 나에게 있어서 훌륭한 동반자이고 목격자이고 증인이다. 너 따위 필요 없다고 어차피 되어주지도 않을 거잖아? 나는 다 알아! 그러니까 내가 먼저 외칠래 “나도 싫어!”
없어도 된다, 너 따위 타자 따위 필요도 없어. 나의 가장 큰 타자인 내가 언제나 나와 함께한다! 그리고, 내가 나와 함께하는 한 나는 영원불멸하다!
진격,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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