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귀엽습니다. 예쁘고, 매력적입니다. 그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하여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입니다. 길을 걸으면 남자아이들이 쳐다봅니다. 번호를 따이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인스타 스토리를 조금만 업데이트하면 온갖 남자아이들이 디엠을 보냅니다. 카톡, 인스타, 디스코드, 텔레그램, 트위터 가리지 않고 연락들이 쌓입니다. 이삼일에 한 번 들여다볼까 말까 하는데도 매일같이 메시지를 쌓아올립니다. 좋은 아침, 좋은 저녁, 몸은 어떠냐, 네 생각이 자주 난다···. 이거 뿌요뿌요였으면 터졌습니다. 답장하지도 읽지도 않는데도 메시지를 쌓아올리는 것은 대체 어떤 심정과 로직으로 그리하는 걸까요? 부담스러우리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걸까요, 혹은 부담스럽대도 상관없고, 오히려 그 부담으로 하여금 답장하도록 압박하게 만들기 위해서? 가끔 어이없어서 궁금해지다가도 조금도 이해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심심해서, 아니 솔직히는 섹스가 하고싶어서 데이팅앱을 오랜만에 다시 시작합니다. 그러면 접속을 한 순간부터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라이크 수가 몇십에서 몇백 단위로 뛰기 시작합니다. 심하게는 하루에 천개씩 오른 적도 있습니다. 틴더 골드가 할인하길래 별 생각 없이 질렀는데 말이지요, 하루에 천 명은 정말, 어지럽더군요. 몇십명의 정도라면야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누가 마음에 드는지를 살펴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천 명? 이건 노동입니다. 데이터 검수하는 노동이고, 틴더 쪽에서 저에게 돈을 줘야 하는 부분이라고요. 겨우겨우 살펴보고 매치된 사람들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 메시지가 너무 많이 옵니다. 활성화되어있는 채팅만 해도 몇십개는 되고, 제가 힘을 내서 답장을 모두 미는 와중에도 또 다른 메시지가 쌓입니다. 섹스를 하고 싶고 데이트를 하고 싶으니 그 정도는 감수할 만 하다,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구분이 안된다는 겁니다. 누가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인테리어 시공 일을 한다던 게 이 사람인가? 아, 강아지 기른다던 사람이었나? 아까 나한테 무례한 농담 쳤던 게 누구지? 차츰 답장이 줄어듭니다. 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에 들고 마음에 안 들고도 기억나지 않아서. 시발, 이게 뭡니까? 내가 원한 건 좋은 섹스 하나뿐이었는데!
데이트를 하기란 랜덤박스 가챠깡과 같지요, 박스에서 꽃이나 반지 따위가 나오기를 바라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포장을 뜯습니다. 그러나 똥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똥입니다. 남자아이의 경우에 똥이 나올 확률이 너무나도 높습니다, 얼마나 멀쩡하게 생긴 남자아이이든, 얼마나 젠틀하게 굴었던 남자아이이든 포장지 아래로 똥을 고이 숨겨놓고 있다가 우리에게 내밉니다. 수줍은 얼굴로. 이런 시발, 심지어 그 포장이 예쁘거나 정성스럽거나 매력적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무슨 골판지 상자, 신문지로 싸여있습니다. 그걸 뜯으면서 무언가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을 기대했던 내가 잘못된 거겠지요!
말싸움이 생기면 입을 꾹 닫고 대답도 않고 회피하고, 화해하고 나서는 헤어지자고 할까 생각이 들었다고 은근히 협박해오고···. 섹스 와중 핸드잡을 해주었더니 업소에 온 기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오만 가지 이슈에 열심히 말을 얹고 다니는, 말하자면 woke이신 파워 트위터리안이신데도요. 아무리 깨어있고 윤리적이면 뭐하나 싶군요. 정신에서 쉰내가 나는데. 섹슈얼한 내용이 담긴 글을 쓰면 실화냐든가, 정말 이런 것들을 해보았느냐든가, 그 때 기분이 어땠냐든가 하는 연락이 옵니다. 연애중인 누군가는 저에게 자기 애인과 유사한 매력이 있다고 플러팅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자기 애인과 헤어지고 저를 찾아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트위터, 데이팅앱에서 만난 사람들만이 그러한 것도 아닙니다. 이름난 활동가 누구는 저와 섹스를 하던 도중 제 흥분을 못 이겨 창녀라고 지껄였습니다. 은근한 기싸움들, 어떻게든 눕혀보려는 은근한, 아니, 은근하지 않습니다, 노골적인 발악들, 심지어는 가끔의 간청들! 어떤 이들은 솔직함이 큰 미덕이라 생각하는가 봅니다. 자신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떨리는지, 불안한지, 얼마나 잘 보이고 싶은지 얼마나 사귀고 싶은지를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야 맙니다. 그러면 저는 그들의 데이트 상대가 아닌, 견주가 됩니다. 그들을 사육하는 견주가 되어, 기쁨과 슬픔을 승인하고,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듯, 그들에게 제 관심과 애정이라는 보상을 줄지 말지를 결정해야만 하는 처지가 됩니다··· 조금만 답장하지 않으면, 조금만 칭찬을 덜 해주면 그들은 눈에 띄게 우울해하고, 불안해하고, 때로는 저를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매력적이지 않은 것을 넘어서서, 거의 폭력이라고까지 느껴집니다. 저에 대한 정서적인 폭력이에요. 제가 정도 이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홀리고 있다든가, 유해한 영향을 받고 있다든가, 그러니 제가 나쁘고,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으며, 제가 책임져야만 한다든가···. 아찔해집니다. 제 딴에는 칭찬이고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지요. 그딴 말을 기분 좋으라고 하는 정신머리가 글러먹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젠틀한 축에 속합니다.
제가 몸담은 이 세계를 친구들에게 구경시켜주면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정말 힘들었겠다···, 2. 너 그 정도 아닌데? 아, 지금 사람이 힘들어하는데 거기다 대고 "내가 보기엔 그 정도 아닌데?" "너 나한테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은데?" 하고 반응하고 싶어합니다. 때로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어 이러나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요지는 이랬습니다. 단도가 어느 정도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나,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탓이 클 테다. 나를 봐라, 나는 단도만큼 매력적인데도 불구하고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 일들을 겪지 않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그들이 정말 하고싶어하는 말은 "나도 너만큼 매력적이라고 해줘" 였습니다. 온몸에 똥칠을 한 친구를 옆에 두고 자기 매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거지요. 그리고,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친구는 남자아이입니다. 다른 친구도 있습니다. "매력은 주관적인 것 아닐까?" 저는 앞서 언급한 일들, 언급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푸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저는 물었습니다. "그러면 너는 내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는 대답했습니다. "아니,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그러시겠지요, 당연히 이 친구는 저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섹프였으니까요.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사람과 떡을 칠 이유가 있겠습니까? 남자아이였습니다.
아아, 이 똥들. 연애 상대로 대해도 똥이고, 친구로 대해도 똥인 이것들. 이것들을 왜 지금까지 못 놓고 붙들고, 내팽겨쳤다가, 다시 주워들었다가를 반복하는 걸까요? 고것은 저도 궁금한 사항입니다···. 남자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에이섹슈얼 에이로맨틱이니까요, 그건 말하자면 일종의 가능충이라는 겁니다. 혹은 극한의 불가능충이거나요. 다시, 왜 똥이 든 상자를 계속해서 열어대는가? 제가 언젠가 그 속에서 꽃이나 보석 따위를 발견한 적이 있어서일까요. 하지만 0.001% 확률로 꽃이 나오고 80% 확률로 똥이 나온다면 열지 않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저는 다른 이유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남자아이들은 간편합니다. 그리고 값쌉니다. 저에게 성애적인 자극이 필요할 때, 꼭 성애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심심할 때, 누군가를 침습하고 싶을 때 침습당하고 싶을 때, 무언가 가지고 놀고 뒤탈 없이 버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할 때. 마치 일회용 물티슈처럼. 그럴 때 쓰기가 좋죠.
여기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여오겠습니다. 사람을 보고 값싸고 간편하다고 하다니, 어쩜 이리 못될 수가! 맞습니다, 못됐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저부터가 간편하게 쓰이고 있지 않을까요? 매력적인 여자아이, 흥미로운 여자아이, 나를 홀리고 유혹하고 눈도 정신도 즐겁게 해주는 여자아이. 그게 저 아닌가요? 사용이라는 게 원래가 서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아무리 애써보아도, 제가 사용당하는 걸 막을 수는 없더군요. 그러면 어쩔 도리가 없죠,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 역으로도 마구마구 사용하는 수밖에요. 세상 어딘가에는 똥도 꽃도 아닌 정말 값진 무언가, 공들여 얻어야 하는 귀한 무언가가 있겠지요?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요. 그러나 지금 저는 똥밭에 있습니다. 토하는 대신 탭댄스를 추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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